산행기록/일반산행후기
산다는 것은.. 영월 구봉대산 산행기록
너울의 산장
2013. 3. 13. 17:09
♧ 산다는 것은.. 영월 구봉대산 산행기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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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 : 2013. 3. 10.(일)
■ 산행코스
▲▲ 법흥사 주차장-1,2,3,4,5,6,7,8,9봉-법흥사일주문
▲산행시간: 약 4시간 25분 (휴식, 식사시간 포함)
■ 이동경로 및 산행코스
[03/10(일)]
○ 07:10 : 안양출발
○ 10:11 : 강원도 영월군 법흥사 주차장 도착
○ 10:20 : 법흥사 출발 산행시작
○ 10:50 : 마지막 계곡 갈림길
- 계곡을 따라 직진했어야 했는데 개울을 건너 좌측 능선을 타고 오름(길 위험)
○ 11:23 : 1봉(양이봉)
○ 11:31 : 2봉(아이봉)
○ 11:34 : 3봉(장생봉)
○ 11:39 - 12:05 : 헬기장
- 점심식사 후 출발
○ 12:14 : 4봉(관대봉)
- 5봉(대왕봉)
○ 12:45 : 6봉(관망봉)
○ 13:07 : 7봉(쇠봉)
○ 13:14 : 8봉(구봉대, 국망봉)(870m)
○ 13:26 : 9봉(윤회봉)
○ 14:45 : 법흥사 일주문 도착 산행종료
(이상 산행시간 : 4시간 25분, 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
한 동안 먼길을 떠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연말 연초는 이상하게도 괜시리 바쁜 일이 생깁니다.
오늘은 오랫만에 산방 정기산행을 따라 영월 구봉대산을 찾았습니다.
예전에 백덕산 산행을 하면서 사자산과 구봉대산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제서야 찾게 되는군요..
사자산 품속에 있는 법흥사 적명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 보궁 중 한 곳이라고 합니다.
■ 구봉대산은???
구봉대산은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에 있는 산이다.
쉽게 말하면 백덕산 앞에서 백덕산-사자산 능선과 마주 보고 있는 산으로 아홉 봉우리로 이뤄져있다 해서 구봉대산이라 부른다.
구봉대산은 백덕산-사자산 능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능선으로 법흥리의 적멸보궁과 법흥사를 싸안으며 계속 뻗어 한 줄기는 수주천을 따라
주천강으로 향해가고 한 줄기는 법흥리의 버스주차장 남쪽에서 사위어져 길옆에서 맥을 다한다.
그러니까 백덕산에서 구봉대산까지 산을 내려가지 않고 잇대어 올 수도 있는 셈이 된다.
백덕산을 법흥리에서 오르는 방향과 다름없는 코스이다.
구봉대산(870m)은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북쪽에 아홉 봉우리를 자랑하며 솟은 산이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을 감싸 안은 우백호의 자리에 해당하기도 한다.
백덕산(1349m)에서 사자산 지나 삿갓봉(1028m)으로 이어지는 서쪽의 산줄기 중간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구봉대산은 북쪽의 1봉에서 남쪽 9봉
에 이르는 각 봉우리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뜻하는 단어들이 각각 이름으로 붙어있다.
일봉 (一峰) ㅡ 양이봉 (養 以 峰)
이봉 (二峰) ㅡ 아이봉( 兒 以 峰)
삼봉 (三峰) ㅡ 장생봉(長 生 峰)
사봉(四峰) ㅡ 관대봉(官 帶 峰)
오봉(五峰) ㅡ 대왕봉(大 王 峰)
육봉(六峰) ㅡ 관망봉(觀 望 峰)
칠봉(七峰) ㅡ 쇠봉(衰 峰)
팔봉(八峰) ㅡ 북망봉(北 邙 峰)
구봉(九峰) ㅡ 윤회봉(閏 廻 峰)
안양에서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한 버스가 오늘 산행기점인 법흥사 주차장에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서도 한참 들어왔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고찰답게 그 첫 모습이 아주 웅장해 보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서둘러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오늘 산행길을 준비합니다.
요 며칠 완연한 봄이 찾아온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곳 심산벽지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습니다.
여기 저기서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아 걱정하는 산님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은근히 오늘 산행길이 걱정되는군요...
산행을 시작한지 약 30분이 지나서 마지막 계곡이라는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앞선 산님들이 좌측 능선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그냥 계곡 따라 올라갔어야 했는데... 쌓인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럽고 희미해서 능선으로 올랐던 것 같습니다.
결론은 길을 잘못 선택한 것이구요!!!
아주 아주 위험하고 미끄러운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 양이봉에 도착합니다.
산행을 시작해서 약 1시간이 지나 제1봉(양이봉)에 도착하였습니다.
가파른 위험한 오름길을 오를 때와는 달리 긴장한 눈빛은 사라지고 양이봉 표지를 둘러싸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인증샷을 남깁니다.
이어 짧은 거리에 붙어 있는 아이봉을 거쳐 제3봉은 장생봉에 도착하였습니다.
인간이 태어나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성장하여 일가을 이루고 사후 윤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9봉을 통해 돌아보도록 표지를 남겨 놓았습니다.
☞ 헬기장에서 식사를 하고 출발합니다... ☜ |
장생봉에서 오늘 산행기점이었던 법흥사 방면을 바라보았습니다.
맞은편 법흥사를 품고 있는 산이 사자산입니다.
장생봉에서 바라보이는 헬기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하여 제4봉 관대봉에 올랐습니다.
☞ 저는 그냥 1층 누각으로 만족할랍니다 ㅠㅠ ☜ |
관대봉에서는 조금 더 법흥사가 가까워 보입니다.
3층 누각을 지으려고 욕심을 크게 부린 것은 없지만 그냥 겨우 기둥하나 세운 것으로 만족하고 살랍니다 ㅎㅎ
제5봉을 그냥 지나쳐서 관망봉에 도착했습니다.
확트인 전망과 함께 완존 포토포인트입니다.
조망만 가지고 보면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인 곳입니다.
아마도 능히 수백년의 세월을 저 자리를 지켰겠지요.
전체적으로 능선길이 짧고 완만하여 아주 편안하고 여유있는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제 장년기를 지나 서서이 나이들어가는 시기를 반영하듯 이곳은 제7봉 쇠봉입니다.
소멸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는 말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인데도 왠지 가슴이 횡해집니다.
쇠봉을 지나 8봉 구봉대에 올랐습니다.
이곳의 다른 이름은 국망봉입니다.
즉 완존히 소멸해버린다는 것이지요...
사진만 남기고 서둘러 떠납니다. 아직 저는 살아갈 날이 많은 관계로 ㅎㅎ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 제9봉(윤회봉)입니다.
1봉부터 9봉까지 불가의 윤회사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 재미 있습니다.
이제는 산을 내려가야 할 시간...
윤회봉에서 바라보니 정면으로 사자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적멸보궁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9봉에서의 하산로..
잠시 아기자기한 소나무가 우거진 암릉길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짧은 것이 아쉽지만...
제 직장동료인 상일동님도 오늘 산행에 참여하여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고향이 이곳 영월인 분인데 고향산은 전혀 산행한 적이 없어 오늘 이곳도 처음 찾았다고 하는군요!!!
하산길에도 역쉬 눈이 녹지 않아 아주 미끄럽습니다.
마끄러운 하산길을 겨우 벗어나 완만한 농로를 거쳐 법흥사 일주문이 있는 도로로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약 4시간 25분 정도 소요된 아주 여유로운 산행길이었습니다.
애초 산행시작 전에 법흥사와 적멸보궁을 돌아보고 산행을 시작하려 했는데, 산행을 마친 후 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산행을 마치고 나니 모두들 지쳐서 그런지 적멸보궁을 가려고 하지 않는 군요 ㅎㅎ
하는 수 없이 타 산님 후기에서 법흥사 관련 사진 몇장을 빌려왔습니다.
☞ 법흥사는???
사자산 법흥사는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나라의 흥륭과 백성의 편안함을 도모하기위해 643년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사자산 연화봉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흥녕사(興寧寺)로 창건했다.
중국 선종의 중흥조인 마조도일 선사로부터 선(禪)을 전수받았던 신라의 선승 도윤칠감국사의 제자 징효절중(澄曉折中)이 886년 이곳에 선문을
여니 이것이 바로 라말여초 구산선문 중 하나였던 사자산문(獅子山門)이다.
1163년 고려 의종 때 다시 중창하였으며, 1730년 조선 영조 6년, 1778년 조선 정조2년, 1845년 조선 헌종 11년까지 역사의 부침속에서도 소실과
중창을 반복하며 그 맥을 이어왔다.
그 후 폐사지에 가까웠던 흥녕사가 1902년 대원각스님에 의해 법흥사로 개칭되고 재건되었다. 1912년 또다시 화재로 소실되었던 것을 1933년
지금의 터로 적멸보궁을 이전 중수하였다.
1991년 삼보스님이 적멸보궁을 다시 증축하였고 1999년 도완스님때에 이르러 법흥사 전모를 혁신하는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법흥사의 유적으로는 옛 흥녕선원의 위세를 짐작하게 하는 3개의 석탑과 1개의 수호석불좌상, 자장율사가 수도하던 토굴, 적멸보궁, 사리탑
(강원도 유형 문화재 73호), 흥녕사 징효대사 보인탑(보물 612호), 징효대사 부도(강원도 유형문화재 72호), 흥녕선원지(강원도 지정 기념물 6호)
가 있고 종이가 없던 시절 인도 영라수 잎에 범어로 기록한 패엽경 등의 소중한 삼보종재가 남아있다.
법흥사 주변에는 금강송림으로 우거져있으며 천연기념물 제242호인 까막딱다구리가 서식한다.
☞ 한국의 5대 적멸보궁[五大寂滅寶宮]
1.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通度寺)의 적멸보궁
2.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중대(中臺) 상원사(上院寺)의 적멸보궁
3. 강원도 인제의 설악산 봉정암(鳳頂庵)의 적멸보궁
4. 강원도 영월 사자산 법흥사(法興寺)의 적멸보궁
5. 강원도 정선의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의 적멸보궁
■ 적멸보궁
한국의 사찰 중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대표적인 다섯 군데의 당우(堂宇).
적멸보궁은 석가모니불의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으로 석가모니불이 미혹(迷惑)의 세계를 벗어나 항상 적멸의 낙을 누리는 곳이다.
사리를 모셨기 때문에 예불을 올릴 불상을 따로 봉안하지 않고 불단만 설치해 둔다.
부처의 존상이나 후불탱화도 없고 다만 법당 바깥에 사리를 모신 탑이나 계단(戒壇)을 설치한다.
☞산행을 마치고...[국망봉에서 바라본 사자산 적멸보궁 만다라전의 모습]☜ |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모습을 직접 가서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생각보다는 산행시간이 그리 소요되지 않는 짧은 산행길입니다.
제1봉 오름길을 잘못 들어 가파르고 위험한 길을 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등산로도 아주 평이하고 안전장치도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산행을 마친 후 이곳이 고향인 상일동님의 소개로 아주 착한 식당을 만나 민물매운탕을 아주 착한 가격에 잘 먹고 돌아왔습니다.
애쓰신 산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산다는 것 ♧
- 글 심월 이상원
오늘을 산다는 것은
어제를 죽인 것이다
하얗게 어제 일을 엎어놓고
그 삭막한 화장실에서
토사물을 토해놓고
레테의 강을 건너
영혼을 팔아 생을 도로 샀다
뼛속까지 스미는 추위란 이런 것이구나
배반에 익숙하지 않은 설익음이란
넘긴 후에도 도로 나오는 것을
왜 꾸역꾸역 삼키고만 있었던 걸까
기억의 편린이라고 말하지 마라
없어진 부분을 잇는다는 것은
신의 부재를 설명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
필름이 끊긴다는 것은
영혼이 지지직거린다는 신호
스물아홉 개나 보험을 들은 아내는
보험만 들으면 안심이 되는 듯
어젯밤 나의 부재를 알리는 소리에도
고장 난 신호등처럼 점멸등이 되어간다
오늘 다시 삶을 개봉했다
어제를 죽이고서야
기어코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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