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구석구석/외씨버선길

외씨버선길 11길 마루금길 늦은목이-선달산-어래산-김삿갓문학관 여행기록

너울의 산장 2023. 5. 28. 17:44

♧ 백두대간 선달산 ♧


♧ 트레킹일자 : 2023.05.27. (토)
♧ 트레킹코스 : 생달마을-늦은목이-선달산-회암봉-회암령-어래산-어은동갈림길-곱돌령-954고지-곰봉삼거리-곡골삼거리-김삿갓문학관  //  이상 거리 약 19.0km, 트레킹 시간 약 6시간 25분(식사, 휴식시간 포함)

※ 여행세부일정

○ 07:15 : 경부고속도로(하행) 죽전정류장
○ 10:30 : 생달마을
-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오전2리
○ 10:52 : 선달산 신선골 삼거리
○ 11:02 : 외씨버선길 10길 약수탕길 종점
○ 11:21 : 늦은목이(786m)
- 우 선달산, 좌 갈곶산
○ 12:10 : 선달산(1,236m)
○ 12:51 : 1,134.6봉
○ 13:11 : 회암봉(1,111.2m)
○ 13:43 : 회암령
- 좌 봉화군 부석면 남대리
○ 14:30 : 어래산(1,064m)
○ 14:36 : 삼도봉
○ 14:38 : 어은동갈림길
○ 15:14 : 곱돌령(894.3m)
○ 15:49 : 954고지
○ 16:06 : 곰봉삼거리
○ 16:27 : 곡골삼거리
○ 16:55 : 김삿갓문학관 도착 트레킹 종료


오늘은 외씨버선길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하는 외씨버선길 11길 마루금길을 걷습니다.
선답자들의 후기를 좀 읽어보니 이 구간은 둘레길 트레킹 코스라기 보다는 그냥 산행길, 그것도 거이 오지 산행코스입니다.

지금까지 해파랑길, 남파랑길 그리고 외씨버선길 트레킹 갈 때와는 다른 준비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낭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트레킹 중반부터는 비를 맞을 수도 있어 비옷도 챙기고 긴 코스라 식수도 생수 2병을 얼리고 1병을 보충용으로 챙겼습니다.

♧ 생달마을에서 시작합니다 ♧

지난 번 외씨버선길 10길 약수탕길을 본래 종점인 상운사 입구까지 가지 않고 이곳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생달마을에서 마쳤기 때문에 오늘 트레킹을 생달마을에서 이어서 시작합니다.
안내산악회 버스에서 내리니 아직 비는 오지 않지만 잔뜩 흐린 날씨로 보아 한두시간 뒤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할 듯 합니다.
생달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도로를 걸어 올라갑니다.
이곳 생달마을은 작은 산촌전원마을입니다.

♧ 상운사 방향으로... ♧

외씨버선길은 안내표지나 리본들이 잘 준비되어 있어 혼란스러울 여지는 별로 없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일단 상운사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숲이 아주 좋은 완만한 도로 오름길을 걸어 올라갑니다.
오늘 트레킹 시작부터 선달산까지 약 해발 800m 이상을 쳐 올려야 합니다.

♧ 갈림길을 자주 만나요! ♧

상운사 입구까지 올라가는 도중에 갈림길을 여러번 만납니다.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좌측 도로로 걸어 올라갑니다.

♧ 외씨버선길 10길 약수탕길 종점 ♧

생달마을에서 약 32분 후 외씨버선길 10길 약수탕길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부터 외씨버선길 11길 마루금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외씨버선길은 좌측 계곡 산길로 걷습니다.
상운사는 아마도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야할 듯 합니다.
외씨버선길 11길 마루금길 안내도를 보고 좌측 산길로 진행했습니다.

♧ 와! 숲이 조타! ♧

이제 늦은목이 고개를 올라갑니다.
이정표를 보니 늦은목이까지는 1.0km라고 합니다.
숲이 아주 좋습니다.
비록 땀은 흐르지만 때마침 바람도 조금 불어 아주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네요.

♧ 늦은목이 ♧

외씨버선길 10길 약수탕길 종점, 즉 11길 마루금길 시점에서 약 19분 지나서 늦은목이 고개에 올랐습니다.
이곳이 해발 786m이니 생달마을에서 고도를 약 380m 정도 높혔습니다.
늦은목이 고개는 경상북도 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 경계를 이루면서 또한 봉화군에서 단양군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라고 합니다.
'늦은'의 의미는 '느슨한, 낮은'이라는 뜻이고 '목이'는 '목, 고개'라는 뜻이니 '느슨한 고개, 낮은 고개'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해발 780m로 서울 관악산보다 높은 고개를 두고 낮은 고개라니??
그 많큼 주변 산들이 높다는 것이겠지요.

♧ 이제 선달산으로... ♧

개인적으로는 2008년 1월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위해 고치령에서 도래기재를 갈 때 이곳을 찾았었으니 무려 15년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때는 겨울이었는데 지금 계절에 다시 이곳을 오니 거이 원시림이라고 느낄 정도로 숲이 좋은 코스이네요.
이제 늦은목이에서 우측 선달산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 선달산까지는 약 1.9km를 올라쳐야 합니다.

♧ 원시림 느낌이 납니다 ♧

아주 오랫만에 울창한 숲길을 오르니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명 제법 긴 시간을 오름길을 올라서 땀도 많이 나서 힘들 법도 한데 머리는 오히려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숲이 정말 좋은 산길입니다.

♧ 선달산을 만나기 30m 전 ♧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산길을 올라 선달산 정상 30m 전에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외씨버선길 이정목을 만났습니다.
선달산 정상을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서 외씨버선길은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 선달산(1,236m) ♧

선달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늦은목이에서 이곳 선달산 정상까지 약 49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려 15년 전 추운 겨울에 이곳을 지나고 화려한 초여름 녹음 속에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앞서 이곳에 도착한 여산우 두분이 인증사진을 남기는 동안 정상부를 둘러보니 옛 생각이 조금 떠오르네요.
그 당시 백두대간 산행을 함께했던 이들을 떠올렸습니다.

선달산 정상에서 다시 30m를 되돌아 내려와 백두대간 길과 이별하고 우측 회암령으로 향했습니다.

♧ 회암령 가는 길 ♧

회암령으로 가는 산길은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집니다.
선달산까지 한 동안 쉼없이 치고 올라왔는데 완만한 능선길을 걸으니 아주 편안합니다.
이 지역이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눈에 익은 양치식물들이 보입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모야모에 물어보니 어떤 고수분은 관중이라고 하고 또 어떤 고수는 꿩고비라고 하네요.
하여튼 짙은 녹엽이 아주 예뻤답니다.

♧ 1,134.6봉 ♧

선달산에서 약 41분 후 1,134.6봉에 도착했습니다.
대체로 완만한 능선길을 울창한 수림 속에서 걸어 이름 모를 봉우리에 올랐는데 많이 보던 어느 산객의 표지가 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이곳이 1,134.6봉이라고 하네요.
램블러지도를 확인해보니 회암봉은 더 가야 합니다.

♧ 회암봉(1,111.2) ♧

1,134.6봉에서 다시 20분 지나 회암봉에 올랐습니다.
특별한 표식은 없고 앞서 1,134.6봉 표지를 남겨놓은 산객님이 이곳에 1,136.9봉이라는 표지를 남겨 놓았는데 램블러지도를 확인해보니 이곳이 회암봉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램블러지도에는 이곳 고도가 1,111.2m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정상부에는 작은 삼각점이 보입니다.

♧ 회암봉 하산길 ♧

이제 회암령으로 하산합니다.
비도 오지만 하산로가 아주 거칠어 집니다.
급한 경사에 쌓인 나뭇잎이 미끄러워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갑니다.

♧ 회암령 ♧

회앞봉에서 급한 경사의 하산길을 내려와 회암령에 도착했습니다.
회암봉에서 이곳까지 약 32분이 지났습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합니다.

외씨버선길 트레커들을 위한 양심장독대가 보입니다.
실제 열어보면 생수 3병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 어래산으로 갑니다 ♧

회암령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어래산으로 향했습니다.
어느덧 트레킹 시간도 3시간이 넘었습니다.
비는 계속 내리고 등산화에도 물이 유입된 듯...
아주 불편합니다.
이제 다시 어래산까지 약 200m 가까이 고도를 올려야 합니다.

♧ 어래산(1,064m) ♧

회암령에서 약 47분 후 어래산에 올랐습니다.
제법 너른 헬기장이 있는 정상 한켠에 외씨버선길 표지판은 누워있고 정상석이 있습니다.


"충청북도 단양군의 영춘면과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고도:1,064m). 동쪽으로 선달산, 서쪽으로 마대산으로 연결된다.
북쪽 기슭에서는 남한강의 지류인 옥동천이, 남쪽 사면에서는 마흘천이 흐른다.
북쪽에 있는 내리계곡, 와석계곡은 경치가 아름답다.
북서쪽 기슭에 김삿갓의 묘가 있다.

『여지도서』(영춘)에 "관아의 서쪽 58리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산의 이름은 어래사라는 절이 있어서 붙여진 것이다."[출처 : 한국지명유래집]


♧ 삼도봉 ♧

어래산을 출발해서 다시 약 6분후 충청북도와 강원도 그리고 경상북도의 3도 경계봉이라는 삼도봉을 지났습니다.
이어 약 2분후 어은동갈림길로 내려섰습니다.
이곳 어은동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 어은동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하는데 하산로가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완전 오지산행하는 기분이 절로 드네요.
낙옆이 엄청 쌓여있어 넘 미끄럽다!

♧ 완전 오지산행길.. ♧

이제부터는 전체적으로 완만한 하산로...
하지만 작은 오르내림은 있습니다.
문제는 오지이다보니 가끔 등산로가 혼란스러운 곳이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듯이 외씨버선길 안내리본이 다행히도 많이 있어 천만다행입니다.

♧ 곱돌령(894.3m) ♧

어은동갈림길에서 약 36분 후 곱돌령에 내려섰습니다.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과 강원도 영월군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입니다.
어느덧 해발 1,000m 대 고산에서 900m 이하로 내려섰네요.

♧ 작은 오르내림이 계속 이어지는 산길 ♧

곱돌령을 지나서도 계속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산길을 걷습니다.
가끔 홀로 가는 산행길에 놀란 야생동물들과 조우하기도 합니다.
오소리도 보았고 고라니도 만났습니다.
물론 저보다는 지들이 더 화들짝 놀라 도망을 가는군요.
완전 오지산행 느낌이 팍 들었습니다.

♧ 954고지 ♧

곱돌령에서 약 35분이 지나 954고지를 지납니다.
특별한 표지가 있는 것은 아니고 외씨버선길 이정목에 이곳이 954고지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곳 해발이 954m인 것 같습니다.

♧ 곰봉삼거리 ♧

954고지에서 약 17분 지나 곰봉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까지 오는 도중에 멧돼지 식흔이 여러군데 보였습니다.
두번째 사진이 그 식흔을 찍은 사진인데 사진에 잘 나타나지는 않지만 약 2일 정도 전의 흔적으로 보였습니다.
이곳 곰봉삼거리에서 외씨버선길은 좌측 8시 방향으로 꺽어져 진행합니다.
영월 곰봉은 이곳에서 직진해서 가야하는데 해발 930m라고 하네요.

외씨버선길 안내문을 읽어보니 이곳에서 김삿갓문학관까지 가는 길은 급경사 구간이라고 합니다.

♧ 곡골삼거리 ♧

곰봉삼거리에 오니 비로소 처음으로 첫번째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김삿갓묘역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등장합니다.
곰봉삼거리에서 약 21분 후 곡골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네번째 사진은 멧돼지 녀석이 온통 파헤쳐 놓은 식흔의 흔적입니다.

♧ 상당한 경사길.. ♧

상당한 경사가 있는 하산길이 이어집니다.
첫번째와 두번째 사진에 보듯이 여기 저기 멧돼지가 등산로를 파헤쳐놓은 흔적이 보입니다.
김삿갓문학관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멧돼지 흔적이 보이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외씨버선길 11길 마루금길 중 선달산부터 김삿갓문학관까지 코스는 둘레길 코스로는 적합치 않은 듯 합니다.
오히려 오지산행코스로 산 좀 다닌 사람들이 다녀야 하는 코스로 보입니다.

♧ 김삿갓문학관 ♧

김삿갓문학관에 거이 도착하자 등산로를 정비해 놓았네요.
영월군에서 딱 약 100m 정도만 둘레길처럼 길을 만들어 놓고 외씨버선길에 숟가락 얹었네?

어래산에서 약 2시간 25분 지나 김삿갓문학관으로 내려와서 트레킹을 마감했습니다.


"김삿갓은 당대 백성들에게는 잘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스스로 성(姓)만 말할 뿐 이름은 밝히지 않고 주로 삿갓을 쓰고 다니며 정체를 숨겼기 때문에 그를 김삿갓(金笠)이라 불렀다.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金炳淵 1807~1863)에 호는 난고(蘭皐)이고 조선의 세도가였던 안동 김씨 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순조 11년(1811)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의 난을 막지 못하고 항복하면서 집안이 몰락하자 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자손(폐족자廢族子)이라는 멸시를 피해 어머니와 함께 영월 삼옥리에 정착했다.
김병연은 20세 무렵엔 과거를 포기하고 영월을 떠나 방랑을 시작했다.

무려 40년에 가까운 김삿갓의 방랑은 철종 14년(1863)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에서 5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면서 끝이 난다.

이후 아들 익균이 김삿갓의 묘를 영월 하동면 와석리 노루목으로 이장해 영월은 김삿갓의 방랑의 시작지이자 종착지가 되었다.
그의 묘소는 1982년 영월의 향토사학자 정암 박영국 선생의 노력으로 발견돼 영월군의 정비 사업에 따라 오늘에 이르고 있다."[출처 : 문학뉴스]


♧ 김삿갓문학관 이모조모 ♧

공영화장실에 가서 몸을 씻어내고 인근 식당에 들러 쇠주 1병 곁들여 식사를 하고 주변을 돌아 보았습니다.
당초 안내산악회에서 준 트레킹 시간이 7시간 30분이었는데 상당히 늦어져서 트레킹 마감시간이 8시간이 되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 하산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귀가길에 올랐습니다.

☞ 트레킹을 마치고...[ 김삿갓 문학관 김삿갓 상  ]☜


많이 다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다녔던 둘레길 코스와는 완연히 다른 오지 산행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선달산까지를 제외하고 회암봉부터 김삿갓문학관까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킹 신발을 신고 왔다가는 낭패를 볼 정도로 길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다행히도 외씨버선길 안내리본이 많이 있어 주의하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등산로가 구분이 않되는 곳이 많이 있어 혹여 길을 잃게되면 오지라 위험할 수도 있는 곳입니다.
오늘 트레킹을 하면서도 오소리 두마리와 고라니 한마리를 보았고 멧돼지 식흔은 여러 곳을 보았습니다.
특히 겨울철 눈이 온 후 이곳을 트레킹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더군요.
탈출로는 회암령에서 영주군 부석면 남대리로 탈출할 수 있고 어래산과 삼도봉 지나 어은동갈림길에서 좌측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하던데 그곳에서 하산길이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쓸쓸한 날에 ♣


                                               -  글   강윤후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 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들려주어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 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안부를 타전할지 모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