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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정맥 산행사진/백두대간(북진)사진

[스크랩] 백두대간 제26차 댓재-두타산-청옥산-고적대-상월산-백복령

The Prayer / Cecilia

 

* 날짜     : 2006년 8월 (5)6일
* 날씨     : 맑음..폭탄비..맑음
* 참가인원 : 다올대장 외 33명(총34명)
* 산행코스 : 댓재-두타산-청옥산-고적대-이기령-상월산-백복령 //29.10km

 


▲ 긴장속에서의 구간 산행준비

 

옷을 갈아입고 나서의 첫 대간길, 다른 구간보다 긴 거리(약 29.1 Km), 꼭 가보고 싶었던 이름마저

사람을 설레게 하는 두타.청옥이라는 산이름, 연일 이어지는 찌는 듯한 더위...등등

이래 저래 사람 긴장하게 한다.

 

3주째 냉동실에서 해빙을 기다리는 물통들 외에 모자라는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물통을 추가한다. 일기 예보를 들여다 보니 일요일 동해지역의 비올 확률이 오후에 약 40%란다. 그

렇잖아도 이것 저것 들어간 베낭에 스패츠와 우의 그리고 여벌 양말까지 추가하니 베낭 무게가

제법이다.

오후에 잠시 소나기가 내린다. 대간 길에서도 잠시라도 한줄기 소나기가 쏟아지면 좋겠다.

 



 

리본.명찰 그리고 플랭카드 제작이 시작 자체가 늦어지면서 급하게 추진이 되었다.

아직도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도 있지만, 덕분에 이런 것 등을 준비하고 제작하는 과정도 이해를 하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대간팀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출발시간은 22시지만 조금 일찍 서둘러서 집을 나섰다.

 


▲ 두타산 오르는 길

 

이번 구간에는 처음 뵙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오셨다. 아리아리님이 알고 지내신다는 속칭 양재기파

분들인데 얼뜻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인다. 산행 실력이 출중할 것으로 생각되고, 산행 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많은 좋은 점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운틴님은 한결같이 미인들만 모시고 오셨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도 겸손과 예의가 베여 있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있으시니 그런 것들이 어울려 사람의

마음을 얻고 미인들을 친구로 두는 비결인 듯 싶다.

 


댓재....

 

지난 피재-덕항산-댓재 구간에서의 하산때에는 짙은 안개에 묻혀 있었는데 오늘은 짙은 어둠속에

조명불빛만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불꺼진 식당을 보니 지난 번 식당 서비스때문에 생긴 소란스러움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댓재마루에서 북쪽으로 30m 전방에는 '두타영산지신'을 모신 '두타산산신각'이 있고, 서낭당 앞쪽으로

오르는 표지기가 있다. 댓재에서 햇댓등까지는 된비알이라고 안내 글들에는 씌여 있는데, 생각보다

비탈이 심한 것은 아니다. 아마, 깊은 밤에 앞사람 뒷발만 보고 가는 이유도 있긴 하겠지만 이 정도면

'된'..이라는 글이 들어 갈 정도는 아닌 듯 싶다.

 

 

 

햇댓등라는 지명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모르겠고, 순수 우리말 같은

어감이 참 좋다.

 

잠시 잠시 올려다 보는 하늘은 맑고 별들이 반짝이고 있어 맑은 날을 예상하지만, 솔바람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멋진 선율로 다가온다. 오늘 산행은 생각보다 무덥지는 않을 듯 하다.

역시 공기가 상당히 맑음을 별빛과 폐부에 느껴지는 기운으로 알 수 있다.


기분이 더 좋아진다.

 

 

 

햇댓등에서 방향을 틀면서 고도를 낮추는데 제법 한참을 내려간다.
중간 중간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햇댓등쪽 거리가 이상하다.나중에 알고 보니 거리 표시 숫자의

앞을 누가 일부러 지웠다. 정말 잘못된 것이라면 몰라도 제대로 된 표시를 지우는 그 행위는 그다지

곱게 보일 수가 없다.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산꾼일텐데....

 


▲ 두타산(頭陀山)

 

보통은 날이 밝아지면 주위가 짙은 코발트 색으로 변하면서 잠에서 깨어난 산새들의 아침 맞이 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다지 산새 소리가 많지 않다. 마치 새벽이 생략된 듯하다.

 

 

날이 약간씩 밝아지면서 동쪽 하늘에 약간의 구름이 끼어 있는 것이 보인다. 두타산에서 일출을 맞이

하겠다는 욕심은 아무래도 욕심으로 끝나지 않을 까 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혹시나 해서 열심히

발걸음을 놀린다.


1243봉을 지나 잠시 뒤돌아 본 지나온 산등성들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구비 구비, 겹겹히 이른 아침의

해맑음과 어울린 길들, 그리고 잠시 잠시 보이는 하얀 운해들이 지나온 땀과 숨가쁨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도록 해주고, 새벽 산오름의 희열을 다시 맛보게 한다.

 

약간은 부드러운 정상 부분을 지나니 커다란 두타산 표지석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돋이를 보기에는 좀 알맞지 않은 듯하여 정면의 하산길 쪽에 있는 국기봉과 인근에서 시야가 트인

자리를 찾으려 하나 별로 눈에 띄지 않아 다시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다.

 


두타산의 ‘두타(頭陀)’는 범어(梵語) dhuta의 음역으로서, 번뇌의 티끌을 털어 없애고, 의·식·주에

탐착하지 아니하며 청정하게 불도를 수행하는 것을 이른다 한다. 후세에는 산야와 세상을 순력하면서

온갖 신고를 인내하는 행각의 수행, 또는 그러한 수행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우리도 이 산야를 찾아서 온갖 신고를 인내하고 있으니 우리도 수행을 하고 수행자가 된것인가...

한편으로는 맞을 것도 같다.


이 대간의 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버렸고 인내하는 것도 많이 배워가고 있으니 말이다.
(누가 들으면 '설익은 놈이 잡소리 한다!'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료를 뒤지다가 문득 '두타산에서'라는 시를 하나 발견했다.

 


두타산에서
             
                 박해수

늦가을 저녁
두타산 두타 두타
두타를 두드리며
가슴 울리는 물소리
목탁소리 물소리 따라 가다
목어(木魚)소리 피다 만
영산홍 꽃 빛 붉은 눈물이네

 

달빛에 너를 울리고 가는
늦가을 바람은 참 엄청나게
늦바람을 껴안고 꽃 피는 발정(發情)
색정(色情)을 어둠과 열(熱)로 다스리네
끼룩 끼룩 끼룩 끼룩거리는 갈매기
물소뿔빛 노을 등뒤로 숨기고
바람은 밤 속으로 스며든다

 

혼자 우는 눈물은
기체(氣體)속으로 떠날 것이다
영혼의 집이라 영혼의 가슴이라
울고, 불고 찢어 대도
헌 옷 벗고 떠나는 검은 나뭇잎
육체는 나무와 뿌리로 살아서
영혼은 바람으로 아무 곳 아무데나
흘러 다니는 것을 사랑이여

 

육체는 왜 슬픈가 영혼은 왜 어둡게
떠도는 것인가 온몸은 온 노래 가락
이 땅에 누워 잠잔다

...............

 


오르는 길이 다르면 감동도 다르듯이, 오늘 두타산의 느낌은 읽고 보고 기대한 것과는 좀 달랐다.
차라리 조금은 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해야 할꺼나...시에서와 같은 감동은 어차피 내가 시인이 아닌

이상 같을 수가 없지만 두견새 울고 영산홍 피는 계절에 무릉에서 출발해 하늘문에 들어서 용추에

마음을 담그면 조금은 다가 설 수 있으려나.....

 

 

하지만,,,,

백두대간은 늘 뭔가를 대신 주고 위로를 준다. 오늘도 대간 아니 두타산은 그런 나의 심정을 아는지
귀하디 귀한 감동과 추억을 선물했다.


어렴풋하게 흩어진 주황색 하늘빛이 다인가 싶었는데 묘위에 서있던 님들이 탄성을 지른다.

 

 

 

대간 길을 1년이 넘게 지나왔지만 이렇게 이쁜 일출은 본적 없는 듯 하고 재작년 설악산 공룡능선을

홀로 산행 할때 마등령에서 만난 일출 이후의 처음 만난 멋진 모습인 듯 하다.

 

 

 


누구의 무덤인지는 모르지만, 지나가는 객들에게 해돋이 전망대를 제공해주는 무덤의 주인에게는

많이 미안하지만, 이 희열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다.

다들 행복한 모습 그 자체이다. 떠오르는 잘 익은 홍시빛의 태양만큼이나 다들 곱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1차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 두타산..박달재..문바위재..청옥산

 

아침을 청옥산에서 먹기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여기 두타산과 멀리 보이는 서쪽의 청옥산을 길게 잇는 의가등(衣架嶝)이 눈앞에 펼쳐지고 고적대의

암벽들이 어서 오라는 듯 손짓을 한다.
(청옥산과 두타산을 잇는 7.5km 능선은 해발 1,300여m의 백두대간 능선길로서 마치 거대한 횃대

같다고 하여 옷걸이 고갯길이라는 의미로 의가등(衣架嶝)이라 불리기도 한다.)


설레임이란 게 이런 것인가 싶다. 마음에 닿는 사람에 대한 설레임도 있지만 이렇게 가보고 싶었던

산과 길도 참으로 많은 설레임을 준다. 행여나 마음이 상할지라 하늘이 보여준 해돋이를 보면서

두타산에 마음을 주었고 이제는 청옥산, 그리고 그 다음에는 고적대를 차례 차례 만나러 간다.

 

제대로 된 두타.청옥은 무릉계곡에서 깊이 숨겨져 있는 비경을 들여다 본 후 땀을 빼고 고적대의 암봉을

올려다 보아야 한다 하나, 오히려 멀리서부터 같은 높이에서 보이는 풍광들을 보고 나중에 아래에서

올려다 보아 둘을 섟으면 제대로 될 성 싶다.

 

두타에서 청옥으로 가는 길은 여느 대간길 처럼 평범한 편이다. 다만, 순간 순간 내려다 보면 깊은

계곡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정말 심산유곡이란 말의 의미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다람쥐가 주인인 박달재

 

 

박달재(령)이라는 이름이 참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름의 의미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천성이 게으른

지라 그것까지 알려고는 하지 않았다.

'박달재', '박달령'...태백산, 지리산, 방태산, 선달산 등등..여기 두타.청옥에도....

노래도 있다 울고넘는 박달재..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지명의 주변을 연결해서 들여다 보면 다들 멋진 행로가 된다는 것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에 다람쥐 한마리가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을 많이 봐서인지

겁먹은 표정도 없이 바로 옆까지 오더니 조그만 돌위에서 등산객이 버리고 간듯한 포도껍질 하나를

물고 먹는다.


그 모습이 너무 천진하고 귀여워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이런것을 자연스럽다고 표현하여야 하나...아니다. 이것이 자연이다.

 


문바위재....를 지나면서 잠시 혼자만의 길을 걷는다.

 

문득 발밑에 오랜 세월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디딤목 노릇을 하다가 껍질은 진즉 다 없어지고

이제는 둥치마저 조각이 난 나무뿌리가 눈에 띄인다. 신통하게도 그 밑둥을 바탕으로 제법 굵은 몸통이

자라서 의젓하니 세월과 풍파를 이기고 서 있다. 끈길진 생명력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중간에 둥치가 상당히 큰 참나무(?)가 눈에 띄인다. 내가 안아도 다 안기가 부족할 듯하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저 자리에 서서 버텨왔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번 구간에는 유난히 참나리와 초롱꽃이 많이 눈에 띈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는 맷돼지들이 파 헤친듯한 흔적들이 많이 보이고, 가끔은 길 한가운데 실례를

한 흔적들도 보인다. 때로는 혼자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길 한가운데 있기도 하는 바 그 좁은데에서

용케도 자세를 제대로 했구나 싶다.

 


▲ 청옥산(靑玉山)

 

청옥산 조금 못미처 학등에 도착하니 부대장님이 왼쪽에 샘이 있으니 물을 채우고 가려면 그리

하라신다.

 

 

 

학등(鶴嶝)...글자를 그대로 풀어본다면 학고개란 뜻이 될텐데, 청옥산 등반기를 읽어보면 어느 글에서

청옥산을 커다란 암소 등같은 산이라 표현한 것이 기억나는데 나는 여기서 학의 고개처럼 부드럽고

길게 펼쳐진 모습이라 표현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암소 등이나 학의 목(고개)는 둘다 부드러운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샘은 정상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데, 중간에 잠시 들렀다 갔다.


바위틈에 파이프를 박아 물을 받기에 편하게 해놓았고 시원하기가 그지 없다. 샘 주위에는 들꽃들이

만발해 있고 벌과 나비들이 꽃들과 어울려 상간하고 있다. 벌들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샘물 떨어지는

소리가 짬이 있다면 조금 떨어진 평편한 곳에 자리를 깔고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흘러가는 구름에

눈을 맞추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이미 선두는 식사를 거의 끝낸 상태이다. 펼쳐진 자리에 의자에 걸터 앉아 하는 아침 식사는 역시

꿀맛이다. 몇분의 물통을 채워드리고 단체 사진을 찍은 후 고적대로 향한다.

 

몇분이 약간은 지치는 기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 연칠성령(連七星嶺), 고적대(高積臺)

 

처음 이름을 접했을때 발음이 어렵고 이름에서 약간은 무속적이고 신비적인 냄새가 난다는 생각을

했다. 연칠성령(連七星嶺)은 글자 그대로 새기면 하늘에 계신 칠성님께로 이어지는 고개라는 의미로

풀이해 볼 수 있겠으나, 이 고장 땅이름 유래에 의하면, 동쪽 사원터 방면에서 서쪽 하장면 방면으로

 넘어가는 높은 고개로 7개 등성이가 있다고 하여 일컬어진 고개 이름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있다.

 

 

 

난출령(難出嶺)이라고도 하는데 험준하여 빠져나가기 어려움을 두고 하는 말이라 하고, 정상을

망경대(望京臺)라고도 한다는 안내판이 있다.


연칠성령에서 나무 사이로 바라다 조금 멀리 보이는 고적대는 범하기 어려운 위엄이 서려있다는

느낌이다. 그 안에는 무한한 것들이 자리하고 있겠지만 여기서 볼때의 모습은 도도한 선비 모습이다.

 

 

 

가까이 가면서 느끼는 고적대는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 오던 길을 뒤돌아 보면 청옥산과 두타산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겹쳐 펼쳐 있고, 오른쪽 아래로는 무릉계곡이 깊게 파여 있고 중간 중간에

기암 절벽들이 위엄을 자랑하고 왼쪽으로는 또 하나의 계곡들이 자리한다.


잠시 올라간 바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절경 그 자체이다.

 

 

 

 

 

 

 

 

고적대 정상에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라서 이미 설치되어 있는 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경우가 있다.

고적대 정상 자체는 상당히 비좁아 여러명이 자리하기에는 힘들게 되어 있지만, 대신 잠자리 들이

봉우리 주위에 진을 치고 있었다.

 

 

 

 

 


▲ 갈미봉

 

 

 

고적대를 지나면서 뒷쪽에서 사람들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는 사람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갈미봉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그들의 선두를 만났다. 반가움에 악수도 하고 안부도 주고 받았다.

 

 

 

 

갈미봉에서 이기령까지는 너덜지대가 제법 지리하게 이어진다.

 

 


▲ 이기령

 

청옥산부터 힘들어 하던 분들이 여기 이기령에서 하산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후미를 맡고 있던

이철민님과 하연님도 동행해서 내려가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른 팀으로

만난 분들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인사를 나눴다.

 

 

넒다란 임도가 지나가는 길 가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잠시 요기도 하였다.

여기서부터 백복령까지 10Km가 조금 넘는다. 대간 산행기를 보면 하루에 30Km 정도가 무리인 듯하면

이기령까지 구간을 나눠 순행하는 방법이 자주 보인다.

 

잠시나마 내려가는 발길들이 서운해 보이고, 뒷모습이 허전하기까지 하다.

 


▲ 상월산

 

상월산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지만, 후미에서 느리게 가느라 선두와는 제법 차이가 날 듯 하다.

상월산은 봉우리 2개가 연이어져 있는데 동해시에서 제작하여 설치한 표지판은 앞에 있는 봉우리에

설치되어 있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표지판에는 진짜 상월산이 아니고, 20분을 더 가야한다고 매직으로 씌여 있다.

선두 역시 이곳을 그냥 지나쳤으리라 생각하고 다음 봉우리로 이동을 한다.

 

 

오후에 소나기가 올 것이라는 일기 예보가 맞다는 것을 알리는 듯한 천둥소리가 끊이없이 지속되면서

점차 하늘이 회색으로 변한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잠시 오르니 세월의 풍파를 이겨냈음을 말하는 듯한 구부러진 커다른 소나무가

우리를 맞아준다. 소나무 목에는 '진짜상월산' 이라는 어느 산악회에서 써서 붙인 안내판이 매달려 있고

좁다란 정상 한곁에는 나무로 만든 의자와 탁자가 놓여져 있어 저 아래 계곡과 멀리 산들을 조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나중에 지도를 찾아 보니 상월산은 앞의 봉우리와 지금 서있는 봉우리가 다 포함되어 있으니, 둘 다

상월산이고 정확히 표현하자면 가짜.진짜가 아니라 지금 봉우리가 주봉이라고 표현 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판단되어진다.

 


▲ 비폭탄을 맞다

 

선두는 이미 내려 간 듯 하고, 여기에서 점심을 먹는데, 아무래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정신없이 식사를 마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여기 저기서 천둥소리가 벼락치는 듯 하고 번개가

치는데 얼핏 생각에 너무 높고 노출된 봉우리에 있다는 생각에 내려가자고 서두른다.

 

급하게 베낭을 꾸리고 우의를 걸치는데 급하게 챙기느라 스패츠를 신지 않았다. 북쪽 하늘은 하얗게

맑은 것을 보니 오랫동안 비가 오지는 않을 듯 하지만, 내리는 비는 상당하다. 조금 지나지 않아 신발에

물이 들어와 질퍽거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걸으니 비가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살이 따갑다.

 

 

 

숲길에 앉아 양말을 벗어 쥐어 짰다. 바로 옆의 풀섶 속에서 빨간 버섯이 땅을 뚫고 나와 제법 키 크게

자리하고 있다. 독버섯이 분명하지만, 어떤 동.식물이던 아기의 모습은 더 이쁘다는 것을 독버섯에서도

실감을 한다. 나중에 이것보다 조금 더 큰 아기 버섯을 보았고 사진으로 담아왔다.

 

 

 

 

백복령까지는 여늬 길과 비슷한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는 길이다. 잠시 저만치 멀리 묵호와 옥계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이제 바다를 더 많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 백봉령(白鳳嶺)/백복령(白伏嶺) 도착 그리고 바다를 꿈꾸면서...

 

많이들 고생했고 그만큼 추억에 남을 구간 종주를 마치고 백봉령에 도착했다. 마땅히 몸을 씻을 곳이

없기에 옷만 갈아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역시나 바지런한 기사아저씨가 예약해 놓은 식당에서 주산물인

건드레 나물 비빔밥을 먹었고, 피곤함에 잠에 들어 서울에 도착한지도 잘 모르고 깊이 잠들었다.

 

 

 

집에 들어가니 거의 한시가 되었다. 긴 거리만큼 긴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산은, 자연이라는 종교의 경전이다' 했고, '신독(身讀) 즉 몸으로 읽어야 할 경전이다' 했다.

비록 오늘 몸은 힘들었지만 경전의 한 쪽을 넘겼다는 안도감과 읽은 경전을 얼마나 마음속으로 받아

들였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엇갈려 마음을 전율케 한다.

 

다음 구간부터는 산길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속에 바다를 안고 갈 것이다.


[2006년 8월 7일 높은하늘]

출처 : 고산마루산악회
글쓴이 : 높은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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