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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정맥 산행사진/백두대간(북진)사진

[스크랩] 제27차 백봉령-석병산-삽답령

* 날      짜  : 2006년 8월 (14)15일
* 날      씨  : 맑음
* 참가인원 : 다올대장 외 33명(총34명)
* 산행코스 : 백복령-(3.28)-헬기장-(8.92)-석병산-(6.3)-삽당령  // 18.50km

 

 

가끔 있는 일이지만 업무에 급한 일이 생겨서, 토요일, 일요일을 연속 출근하고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대간 가는 날에도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하루 정도는 쉬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달콤한 말로써 다른 사람들을 유혹하여 일정을 일부 미루고,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출발하는 당일을 유일한 여름 휴가날로 정했지만, 기간이 만기 도래된 여권의 기간연장 신청을 하고,
도안이 보완된 산악회 명찰과 리본을 재제작하느라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날씨가 시샛말로

장난이 아니다.

 

대간 출발하는 날은 늘 비슷하다.
갈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설레임이 겹치고, 그러면서도 베낭을 꾸리는 마음은 조용하면서도

부산스럽다. 이번 구간에서는 특별히 바닷가에 가서 식사를 한다니, 바닷물에 뛰어들어 몸을 적실

생각도 설레임에 한몫한다.
 
아내 말을 빌자면, 대간에 갈 준비를 할때면 내 눈이 유달리 반짝이고 흥분해 있다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 구간에 대한 사전 인식 : 개발과 환경보전이 대립하는 곳..

 

개발과 환경 보전이라는 두개의 개념은 대체로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대립하는 형태로 마주하는

상황이 휠씬 많은 듯하고, 개발을 위한 환경파괴의 대표적인 백두대간 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번

구간이라 한다. 석회석 채광을 위한 폭파 장치와 중장비들은 백두대간 마루금까지 완벽(?)하게

파고 들어왔고 자병산 자체는 현재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1978년 시작된 석회석 채굴로 872m였던 자병산의 높이가 2005년 6월 현재 57m나 낮아졌고,

정상이 없어지면서 백두대간 마루금도  같이 사라졌다.)

 

이번 달 초에는 이곳에서 25년째 석회석 광산 개발을 하고 있는 라파즈 한라 시멘트(주)가 생태

복원에 쓸 토석 마저 골재로 팔아 넘긴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도 있다.

 

2000년 5월 사진
지난 2000년 5월 백두대관 훼손의 상징으로 본지에 실렸던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지병산 정상 모습.
1978년 시작된 석회석 채굴로 872m였던 높이가 40m나 낮아졌다. /조선일보DB
 

2005년 6월 사진
5년 전과 비슷한 지점(1500m상공)에서 찍은 자병산 모습. 산 정상의 높이는 당시보다 17m 더 낮아졌고
훼손면적도 훨씬 넓어졌다. 왼쪽 아래 계곡의 나무는 폐석에 거의 묻힐 지경이 됐다.
시멘트 회사는 지난해 훼손지 복원을 시작했지만 향후 20년간 48ha를 더 개발할 계획이다.
/신한항업 세스나기에서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 조종 박현철 기장
 

'이 지역은 단순히 겉으로 보여지는 석화암벽이 드러난 자병산과 석병산 일대의 정상과 골짜기만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석병산 구간 전체가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임계 카르스트와 크고 작은 돌리네가 이곳 저곳에 형성되어 석회암 지대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인다.'

 

지형 자체가 석회암 지대인 지라 당연히 석회석이 많겠지만, 한편으로는 석회암 지대에서 주로

서생하는 식물들이 또 그만큼 많이 서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병산에서 발견되어 우리나라 특산 식물로 기록된 여러해살이 풀인 '자병취'는 석병산,

덕항산, 석개재 등 석회암 지대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용 발췌 : 월간 산, [백두대간대장정 제18구간] '석병산 식생' 중에서)

 

또한, 그 중에는 천연기념물 급 식물과 법정 보호종 식물들도 많다 하니,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우리의 산하를 보고자 하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개발과 환경보전이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닌 공존하는 개념으로 자리하도록 하고, 이제는 무작정

걷기만 하면서 마음만 안타까워 하는 대간종주가 아닌 대간꾼과 일반인들에게 대간의 소중함과

환경보전과 개발의 공존에 대한 생각을 일깨워주고, 환경을 보전해가는 실천적 대간산행으로 탈바꿈

해야 하지 않나 싶다.

 


▼ 수시발파 : 밤새 부서지는 백두대간

 

42,43,44, 45번 송전철탑 부근을 지나간다. 마루금이 없어지고 길이 공사때문에 뒤엉키면서 송전탑이

길안내를 하는 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백봉령 들머리를 들어서서 조금 가다 보니 이 새벽에도 공사장의 기계음 소리가 소란스럽다.
그리고 들쑥 날쑥한 들머리 길가에는 '수시발파'라는 좀 섬뜩한 팻말이 세워져 있다.


'수시로 발파 작업을 하는 곳이니 알아서들 하세요!! '라는 안내 아닌 경고로 보이니 기분이 더

안좋아진다. 땅을 파헤치는 듯 하는 소리가 이 시간에도 저렇게 소란스러우니 산 하나가 통째로

없어졌다는 말이 보통으로 인식되는 곳이겠다 싶다.

 

여러해가 지나면 대간 마루금이 또 바뀌고, 오늘 가는 석병산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까지 든다.

나뭇가지 사이로 떠있는 이제 막 반달의 모습을 지난 달이 밝아 보인다.

 

 


자병산 아라리

 

백복령 아리랑 고개
그 옛날 자병산에 닭 훼치는 소리
피가 뿌려지고 드디어 하늘에서
긴 가뭄 끝에 비가 내리면
그 빗물로 살아가던 사람들
이제는 시커먼 석회석 물을 받아먹는다

 

자병산 모가지가 비틀리고
단단한 가슴살이 죽죽 뜯겨
덤프트럭에 실려 나가면
하늘에서 시커먼 쇳가루가 섞인
마른 비가 내린다

 

백두산부터 근근이 내려온
백두대간 등허리가 드디어 분질러져
비만 오면 뼈마디가 쑤셔
드러눕는다

시멘트 바닥에 드러누워도
척추는 낫지 않고
아라리 넘어가는 길은
어제도 오늘도 늘 아픈 길이다

 


차라리 이 어두움 탓에 잘려나간 자병산을 보지 못하는 것이 속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백봉령에서 생계령 사이에는 자연학습림이 조성되어 있고 이곳의 특생식물들을 포함하여 몇가지를
조경해 놓은 흔적이 보이긴 하나 그다지 잘 가꾸어 있지는 않는듯하고, 상당히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봉령에서 생계령 지나 922봉까지는 임계 카르스트지형이 있지만, 야간이라 별로 큰 흔적은 보기가
힘들다. 생계령 표지글은 어디로 갔는지 표지판에 매직으로 누가 거리와 방향 표시를 해놓았다.

 

 

 

생계령을 지나니 방향이나 거리표시는 없고 달랑 '강릉서대굴' 안내판이 서있다.

 


▼ 스치는 나무에 따라 바람맛도 다르다

 

새벽 어두운 산길은 랜턴에 의지하여 앞사람의 뒷발을 주로 보고 가지만 귀로 산길을 간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참으로 많은 것을 듣는다. 우선은 앞.뒤 일행들의 숨소리, 발자국 소리 그리고 스틱이 돌과 바위에
부딪히는 가벼운 금속성 소리...소근거리는 소리 등등...

새벽녁에는 숲의 소리가 더 또렷하고 살갑게 들려 온다.

낮에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자그마한 소리들도 크게 들리고 의미를 담고 싶어진다.

 

주변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질때 잠에서 깨어나 새벽을 깨우는 산새소리들, 때로는 풀벌레의 소리,

골짜기의 물소리까지 하다 못해 일행의 발에 차여 산아래로 굴러가는 돌멩이가 나뭇가지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어느 하나 놓치기 아까운 소리들이다.

 

그 소리들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다가 각박한 삶에 차츰 잊혀지고 늘 가까이에 존재하지만
나도 모르게 멀어져가는 소리들 일것이다.
그런 자연의 소리를 듣기에는 새벽이 가장 좋고, 혼자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은 더운 날씨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바람이 제법 불어준다. 대간을 파헤치는 소음 소리가

멀리로 사라질 즈음에는 산길에서 들려오는 나뭇잎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어김없이 들려온다.

 

어느 순간 바람소리의 맛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나무 등 침엽수가 많은 길을 걸을때와는 다른 표현하기 힘든 다른 색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람이 스쳐가면서 부딪히는 나무잎의 생김새가 많이 다르고, 결국은 그로 인하여 생성되는 바람소리가

다르게 나타나 짐을 알겠다.

 

자료에 의하면 석병산 구간은 신갈나무를 주요 식생으로 해서 활엽수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식생 분포를 정확히 어찌 계산하는 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대부분을 활엽수가 차지하는

듯 하다.

 

나라는 사람의 맛은 어떤 맛일까...스스로 생각해보면 참 모자라고 모난 구석도 있고 가끔은 빌어먹게

생긴 성깔도 부리니 제대로 된 맛을 내기에는 애초에 틀린 것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바람 소리맛을 느꼈으니 오늘 산행의 보람은 여기서 충분히 얻었다 싶고, 나머지는

보너스라 여겨진다.

 

 

▼ 흑점(Sunspot)까지 비치는 맑은 아침해

 

몇 고지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9백 몇고지인 것으로만 짐작된다.
주위가 온통 짙은 안개인지라 주변의 산능성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그 안개를 뚫고 붉은 주단이

동그랗게 떠오른다. 지난 구간에 이어 또 이쁜 아침해를 맞이한다.

 

붉은 구슬은 알록 달록한 띠를 둘렀고, 오른쪽 중간쯤에는 태양의 흑점(Sunspot)으로 보이는

까만 점까지 비칠 정도로 색이 맑다.

사진으로 찍은 해를 확대해서 들여다 보고 자료를 보니 흑점이 맞는 듯하다.

 

 

 

안개가 짙게 낀 날에는 큰 흑점은 육안으로도 관측 할 수 있다 는 말을 실제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어릴때 태양의 흑점을 본다고 유리를 그을려서 까맣게 만들어 태양을 바라보다가 한참 고생한

기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떠오른 아침 햇살이 마치 금가루처럼 빛난다.

 

잠시 더 걷다가 석병산 직전의 헬기장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 마음의 탐욕(?)을 무진장 부려도 좋은 석병산(石屛山)

 

'청산은 먹으로 그리지 않아도 만고의 병풍이요
흐르는 물은 줄이 없어도 천년의 거문고일세'

 

 

백두대간은 내내 만고의 청병(靑屛), 푸르름이 그득하고 겹겹히 둘러쌓여서 능선길에 마음을

올려놓으면 내 가슴마저 뛰놀고 가끔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울컥이고 싶은 청산도를 수놓았고,
특히 지난번 구간인 고적대 부근에서 시작한 병풍은 여기 석병산에 이르러 더욱더 세련되고 장엄한

미를 한껏 뽑아낸다.

 

 

 

석병산은 암석(절벽)들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날씨가 좋으면 강릉

시내가 보이고 동해바다도 보인다고 하나 오늘은 안개가 있어서인지 그다지 시계가 좋은 편은 못된다.

 

그래도 아침 해가 떠오를 적에 비하면 시계가 많이 좋아졌다. 석병산 표지석을 중심으로 단체사진과
개인사진을 마음껏 찍고 일월문의 비경을 만끽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오른 곳에서는 내가 곧
신선인 듯 하고 두 날개를 펼치면 미끄러지듯 저 선경속으로 날아갈 듯 한 착각이 든다.

 

 


▼ 일월문(日月門)

 

 

석병산 조금 아래에 마치 많은 것을 말하는 듯한 뻥 뚫린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을 건너편 능선에서 보면 해와 달처럼 보인다고 해서 일월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문을 통하여 내려다 본 계곡은 현기증이 들 정도로 깊다.

 

일월문의 뻥 뚫린 바위문은 아래 계곡의 모든 바람과 풍광을 가슴 가득히 품을 수 있게 하고,
문을 통하여 보이는 반대편에 세워진 병풍들이 깊은 계곡과 숲과 어울려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저 문을 보면서 사람들은 참 많은 생각을 할 듯하다.

저 절벽아래로 뛰어내려 세상을 등지고 싶어서 찾았다던 사람의 글도 있고,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문 같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다.

 

 

 

 

 

나는 .....'그리운 것들은 산뒤에 있다' 는 어느 시인의 싯구가 생각났다.

 

석병산의 전체적인 모양은 석병산에서 내려와 두리봉으로 가는 길가의 나무들 사이에서 조망할 수

있다. 우리 대원들 대부분이 못보고 그냥 지나친 듯 하여 아쉽다.

 

 


한참을 바라보면서 불현듯 욕심이 생긴다. 더 많이 담아가고 싶은 욕심이다.

 

문득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壁賦) 중의 몇마디가 생각난다.

 

'천지 사이에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나의 소유가 아니면 한 터럭이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갈무리로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바람과 산간의 달에 대한 욕심은 한없이 가져도 된다는 뜻이니, 이 말대로 한다면 나뭇가지 사이에
떠있던 달과, 흑점까지 보인 일출의 주단과 바람소리 그리고 여기의 병풍까지 한없이 한없이
마음에 담아 가도 무방하다.

 


▼ 산죽(山竹) 밭고랑을 지나.

 

길게 이어지는 산죽밭을 지난다. 어깨까지 자란 산죽 사이로 가는 기분도 쌉쌀하니 좋다.
작년에 자란 잎새들 사이로 올해 자란 연초록의 새 잎사귀들의 느낌이 참 좋아 만져도 보고
손가락으로 팅겨도 보면서 희롱하면서 걷는다.

 

 

헤치고 가야하는 어려움보다는 잘 가꾸어진 밭고랑을 지나가는 님들의 표정이 무척 밝아 보인다.

그러고 보면 이번 구간은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어 더위가 심하지 않고, 거리에 비하여 볼만한
풍광이 많은 듯 하다. 이 길을 지나고 나면 바다가 기다리고 있고 또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삽답령 임도가 오른쪽 아래 나무사이로 얼핏 보이면서 잠시 길을 잘못 들어갈만한 장소가 한군데
나타난다. 몇분이 어김없이 잠시지만 알바를 한다.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는 반드시 대간 리본띠를 재차 확인하고 가야함을 다시금 새기게 한다.

 

 

 

가끔 대간길에서 보이는 수령이 오래되고 속이 비어서 이제는 허리를 구부린 나무를 여기서도 만났다.

길가에 서 있는 정말 건강해 보이는 소나무 둥치에서 참한 멋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진으로 껍질만 담아보니 역시 극히 자연스러운 건강미가 그득하다.

 

 

마지막 날머리에 다가가면서 사람들이 수고해서 만든 계단이 있는 곳이 상당히 가파르다. 눈비가 오는
날이면 상당히 고생할 듯 하다.

 

다음 들머리를 찾아보고 좀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을 다잡는다.

 

 

 

 

 

 

 

 

여기가 다음에 가야할 들머리이다. 친절하게도 백두대간 표지판을 세워놓았다.

 

 


▼ 바다...늘 뭔가를 동경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는 곳

 

하양님의 배려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충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산행 뒷풀이다.

바다란 나이가 들어서도 늘 뭔가를 동경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2006년 8월 17일 높은하늘]

 


 

출처 : 고산마루산악회
글쓴이 : 높은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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