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구간보다 어렵고 힘들었던 대야산 구간.....
우중산행이라고 생각하니 온 몸에 긴장감이 더하다.
다들 개인 사정이 있겠지만 토요일 출발전에 무려 9명이 취소를 했다.
지원받은 먹거리와 회비로 부담이 되는 주류 등 이미 준비가 다 되고, 보험까지 완료된
상태인데...준비하는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 분은 전화로 회비반환에 대하여 정중히 문의를 한다.
당연히 관심을 가질 사안이지만 조금은 마음이 편치 못하다.
진행과 반환문제는 구분을 하여 생각하여야 하는데 아직 나의 성숙하지 못함이 한편으로 느껴진다.
출발 후 내리기 시작하는 비는 들머리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내린다. 바람이 제법 세차다.
아무런 사고없이 오늘 산행을 마치기만을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 밤티재~늘재
워밍업하기에는 딱 안성맞춤이다. 3시 42분 산행 시작..
05시 정도에 별로 기억에 남는 것 없이 늘재에 도착한다. 320년된 보호수인 음나무와 서낭당 그리고
성황당 유래비를 찾아 기억속에 저장한다.
상황당 앞은 내린 비로 철퍽거린다.
05:11 청화산을 오르면서..
이중환님이 택리지에서 대야산보다 더 높게 평가했다던 청화산에 오른다.
얼마나 청화산을 좋아했으면 본인의 아호를 '청화산인'이라 했을까..
이 좋은 산을 이 우중충한 날에 오른다는게 안타깝기까지 하다. 뒤로는 속리산이 배웅의
손길을 보내고 있을텐데 아무런 흔적도 볼 수가 없다.
05:36 정국기원단
정국기원단이 보이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비가 내리지 않아 오늘 산행에 대한 자그마한
기대를 해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1기때는 이 기원단을 본 기억이 없다.
워낙 새벽에 오르고 눈이 많은 날이어서 오르기 바빴던 모양이다.
사진을 다시 찾아보니 마치 상석처럼 생긴 사진의 바위가 그 당시의 사진에도 보관이
되어있다. 이래서 한두번의 대간 경험으로는 많은 부분을 놓친다는 말이 있나 보다.
비에 날개가 젖은 호랑나비 한마리가 날지를 못하고 길옆 풀섶에서 힘든 몸짓만 하고 있다.
도와주지는 못하고 잠시 흔적만 저장한다.
06:22 청화산 정상
헬기장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었으나 바람이 세차다. 원일님이 플라이를 칠 만한 공간을
찾으시고, 정상석 부근에서 식사를 한다. 계절의 변화에 이렇게 민감할 수가 없다.
몇일전만 해도 더워 못견뎌 했는데...
08:24 갓바위재
내내 비가 내리고 운무까지 자욱해서 도저히 사진에 담을 만한 것이 없다.
그냥 무작정 가려니 갓바위재 표지가 보인다. 이거라도 아쉬운대로 저장한다.
09:15 조항산
바위뒤에 숨어있는 조항산 정상석이 참 쓸쓸하게 느껴진다. 같이 선두를 왔던 한분이
알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소리를 질러 그님을 부른다. 조항산 정상 부근은 하산길이
있어서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대야산 정상 부근도 주의를 요하는 곳임을 따로 적어오고 공지도 했다. 하지만, 대야산 정상에서
내가 알바를 할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한다.
10:06 고모치
고모령이라고 한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로 시작되는 가요 '비내리는 고모령'의 배경이 되는 고갯길이다.
아련한 아픔들이 있는 고개이고, 약 10M 아래에는 고모샘이라 부르는 질 좋은 석간수가 있다.
목이 마르지 않아서인지 샘터로 내려가는 분들도 거의 없고, 비내리는 고모령의 배경인
고개라 말해도 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서인지 다들 감흥이 없어 보인다.
11:40 밀재
고모령부터 밀재까지 사이에는 제법 덩치가 큰 바위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한다.
유명한 대야산 암릉이 시작됨을 알리는 전조들이다.
인원 점검을 하고 후미를 내가 맡기로 하고 다른 대원들은 먼저 보낸다.
단체사진도 알아서 하실거고 무조건 버리미기재까지 진행을 당부한다.
산행에 정해진 법칙은 없다. 상황에 따라 대응 할 수밖에..
신난다 부대장님이 계시고 암릉을 잘아는 분들이 계심에 별로 진행에 걱정은 하지 않는다.
.....
후미를 갈때의 좋은 점이 말하라면 참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은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후미는 말 그대로 뒷부분인지라
제일 늦게 도착하는 대열이니 여유 아닌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 기회를 이용하여 보고 싶은것, 사진에 담고 싶은것 상당히 채워 갈 수 있다.
기억속에 사진속에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후기속에 머물고 있는 기암 괴석들을 마음껏 보고
만져보고 사진에 담으면서 간다.
사실, 대야산 정상에서의 하산길에서 이런 날이면 한시간 정도는 지체될 거라 생각하니
별 차이가 없이 진행을 할 수 있다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다.
코끼리 바위, 대문바위, 부처님 닮은 바위...등등...볼만 한것은 다 보고 사진에 담는다.
보라빛바다님은 몸이 가벼워서(가볍게 보인다는 의미다. 감히 몸무게가 몇인지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런지 이런 구간은 생각보다 잘 진행을 한다.
일반 워킹 특히 오르막이 힘들어 보이고 속도가 느린데..이점은 차차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앞으로도 대간길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면 꼭 필요한 3가지를 정리해서 당부를 한다.
(평소의 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첫째는 체력, 둘째는 근성 그리고 세째는 자기독려를 말해주었다.
체력은 한순간에 만들어 갈수는 없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근성또한 서서히 오기와 인내로
만들어 질것이지만, 순간 순간 보통때로 돌아오는 나태해지는 태도를 스스로 제어하고 채근하는
자기독려가 필요함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폭탄이었던 내가 어떤 식으로 나를 단련해 왔는지 작은 경험이지만
이야기를 해주는데..얼마나 받아들이고 소화할지는 모르겠다.
01:34 대야산정상....알바 시작
생각보다 여기까지 잘 와주셨다. 이제 하산길이 시작되니 각오 다지고 베낭이나 옷을 잘 여미라고
부탁을 한것까지는 좋았는데...
하산방향을 잘 찾아야 한다고 준비를 해왔는데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양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오른쪽 길로 내려섰다.
급경사가 안보인다. 그리고, 한참을 가다 보니 폭포가 나온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우선은 이곳 역시 상당히 위험한 길이 연속이다 보니
안내하기에만 정신을 집중한다. 여기도 아차하면 큰 사고로 다치기 십상인 길이다.
02:49 계곡이??? 알바구나!!!
문득 계곡이 보인다..아차!!! 싶다.
급하게 지도를 꺼내 들여다 보고 나침반을 작동시켰다....
눈앞이 캄캄하다.....북쪽방향이 아닌 동쪽으로 향하고 있고 정확히 말하면 용추계곡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대간을 하면서 이렇게 바보가 되어 본적은 처음인듯 하다.
낙남정맥에서 3분 거리를 1시간 30분을 힘들게 걸었던 알바는 했지만, 오늘도 이미 한시간 반 가까이를
와버렸다.
자존심도 무너지고, 집중력을 놓친 내 부주의에 하늘을 보면서 고함을 질렀다..
분노가 밀려온다...나 자신에 대한 분노다...이정도 밖에 안되나....
후미를 책임진다고 힘들어하는 사람 끌고 이게 무슨 꼴인가 싶다.
그런 나를 오히려 보라빛바다님이 위로를 해준다. 씁쓸한 웃음으로 화답을 한다.
잠시 한숨을 쉰후 지도와 주변 산과 나침반을 들여다 본다. 여기서 다시 정상으로 오를 수는
없고 북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길을 찾으니....지도에 샛길이 보인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촛대재로 올라가는 산행로가 있다. 대략 1Km 정도로 계산이 되어지니
약 30분 정도 올라가면 될 듯 하고 아직 해발이 높은지라 재까지는 높지는 않아보인다.
약 2~300M를 가니 촛대재로 올라 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보라빛바다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여기서 포기하고 용추골로 내려갈 수는 없고 힘내서
다시 오르자고 제안을 한다. 사실 보라빛바다님이 그냥 하산하자고 해도 할말은 없다.
그러나, 아무런 불평도 책망도 아니하고 쾌히 따라나선다. 새로 산 신발이 발목과 씻기어 많이
아파한다. 그런데도 잘 참아주고 오히려 나를 위로하면서, 약한 오르막을 다시 오르겠다니
고맙기 그지 없다.
03:29 촛대재
약 40분을 다시 오르니 촛대재 갈림길이다. 아까는 전화가 불통이더니 여기에 오르니
전화기에 안테나가 켜진다. 급하게 버스기사님과 통화를 시도하고 다행이 바로 통화가 된다.
아직 아무도 내려오지 않았고, 다른 길로 내려오나 해서 왕복 2번 ... 4번을 버리미기재와 벌마을과
상관평을 오가고 있다 한다. 점심도 못먹고..
표지판에는 버리미기재까지 한시간 20분을 써놓았지만, 약 2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2시간 정도
이후에 도착할거라 이르고, 다른 분들의 소식을 물으니 아무도 안왔다 한다.
이제는 오히려 본진이 걱정이 된다. 이 시간정도면 내려갔어야 하는데...
잠시 통화하니 밧테리가 거의 소진되어 간다. 만약을 위해서 더 이상 전화기를 붙잡고 있을 수
없어 전화기를 꺼놓는다.
03:54 촛대봉
04:11 불란치재
04:40 미륵바위
가장 기억에 남는 바위이다. 아무리 늦었어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뿔이 있는 부분에 줄이 매어져 있어 올라가 보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늦으니 일단은 참는다.
다음에 대야산은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때는 저기도 올라가 보리라
어찌 된게 대야산은 한번은 눈, 한번은 비가 올때 통과를 해서 제대로 풍광도 많이 보지
못하고 걷는데에만 신경을 집중하게 하는지....
05:21 곰넘이봉
역시나 대야산 구간답다. 그냥 만만히 넘어가게 하지 않는다. 예전에 미끄러워서 힘들어 하던
모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역시, 이런 구간은 보라빛바다님은 잘 진행을 한다. 옆으로 누운 소나무들을 보면서 저기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을 되살리고 나무만 기억속에 다시 저장한다.
05:46 헬기장
거의 다 왔구나....버리미기재에 도착하니 마침 버스가 정차를 한다. 2시간 쯤 후에 도착할거라
했더니 시간에 맞춰 오신것이다.
간단하게 옆 계곡에서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나의 실수로 인하여 급경사를 우회한 셈이 되었고, 시간적으로 약 한시간 가까이 손해본 것
같다.
보라빛바다님은 어찌 보면 상당히 잘 진행을 한 셈인데, 나로 인하여 괜히 비난을 받은 듯하다.
후기를 빌어 보라빛바다님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하고, 걱정해주신 다른 님들께 역시 감사와
미안함을 표한다.
뒷풀이 겸 식사를 하고 있는 마을정자에서 인사드리고 많은 분들이 준비해주신 맛있는 술과 안주를
대하니 하루의 피로가 단번에 씻겨내려간다.
이번 구간을 기준으로 한바퀴를 돌아 출발지점 까지 오신 명진님, 키키님, 신난다님, 벙글님..그리고
레인보우님까지..회장님이 보내주신 케익을 자르고 간단히 축하인사를 하였다.
올라오는 길에는 비가 상당히 내린다. 그나마 가랑비를 맞고 산행한 것이 다행이라 여겨진다.
여하튼 또 어려운 구간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에 졸려온다.
[프롤로그]
이번 구간부로 4분이 한바퀴를 돌아서 대간 출발지로 오셨다. 2년이란 긴 세월을 해왔고 많은
고통과 시련이 있었지만 다들 잘 극복하셨다.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날에 늘 영광이 있기를 바란다.
산행의 신청과 취소에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하고,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 필요함을
느낀다. 참가신청도 어쩌면 산꾼들끼리의 약속이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진행, 특히 알바를 통하여 어떤 순간에도 재차 길을 확인하고 집중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알바 상황에 처했을때 당황하지 말고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15차를 진행하면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 극복하였다. 때로는 마음도 아팠고, 어떤 분은 몸이
안따라주어 중도에 탈출하거나 다음을 기약하는 경우도 있었다. 힘들때 서로 다독여주고, 쳐지면
베낭을 들어주고 짐을 나눠 짊어지고 팀이라는 이름하에 여기까지 왔다.
조금만 더 가면 이제 반환점에 다다른다.
어느 누구 한사람 완벽한 사람은 없다. 어딘가 장점이 있듯이 단점이 있고 모자란 점도 있다.
그런것을 서로 감싸주고 나눠지는 마음과 실천이 있다면 남은 길도 행복한 길이 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음은 있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미안한 마음때문에 마음속의 표현을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마음도 헤아려 주었으면 싶다.
[2007년 9월 4일 다들 잠들은 늦은 시간....敲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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