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킹일자 : 2023.02.28. (화)
♧ 트레킹코스 : 돌거리고개-청풍정-며느리재-마성산-육영수여사 생가-정지용 생가-옥천전통문화체험관 // 이상 거리 약 11.2km, 트레킹 시간 약 3시간 11분(식사, 휴식시간 포함)
※ 여행세부일정
○ 07:25 : 경부고속도로(하행) 죽전정류장
○ 09:37 : 돌거리고개
-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 산34-1
○ 09:57 : 청풍정
○ 10:19 : 돌거리고개
○ 10:23 : 석호리마을
○ 10:33 : 국원리마을회관
○ 10:38 : 마성산 입구
- 대청로 고가도로 교각 지나서 좌측으로 진행
○ 10:52 : 콘크리트 임도 끝 마지막 가옥
- 가옥 마당을 지나 철문을 통해 산길 진입
○ 11:04 : 며느리재 I
- 마성산/장계대교 삼거리
○ 11:08 : 며느리재 II
○ 11:12 : 수변전망대 갈림길
- 좌측 수변전망대, 직진 마성산
○ 11:15 : 늘티산성
○ 11:44 : 마성산(409m)
○ 11:58 : 섯바탱이고개
○ 12:12 : 송신탑
○ 12:20 : 교동저수지
○ 12:28 : 육영수여사 생가
○ 12:38 : 옥천전통문화체험관
○ 12:43 : 옥천 옥주사마소
○ 12:48 : 정지용시인 생가 도착 트레킹 종료
오늘은 대청호오백리길 9구간 지용향수길을 이어 갑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정지용시인의 '향수'의 탄생지를 가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적 삶을 살아내야 했던 이들의 흔적도 찾아가는 그런 길입니다.
오늘 트레킹 시점은 돌거리고개입니다.
지난번 대청호오백리길 8구간 선비길 트레킹 때 시작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때는 이곳에서 석결마을 방향으로 갔지만 오늘은 일단 청풍정을 다녀와서 이곳에서 국원리 방향으로 고개를 내려갈 예정입니다.
국원리 반대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걸어 갑니다.
청풍정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우측으로 그림같은 대청호반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날씨도 아주 좋아서 호수에 산그림자가 그대로 투영되어 보입니다.
청풍정에 좀더 가까워 지니 도로에서 청풍정의 모습이 보입니다.
정말 그림같이 멋진 곳에 정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곳에서 우측길로 들어갑니다.
청풍정에 도착했습니다.
돌거리고개에서 이곳까지 약 20분 걸렸습니다.
이곳 청풍정은 우리 근대사에서 비극적 삶을 살었던 이의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합니다.
아래 기사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이든 지어낸 이야기이건 간에 이곳에서 한명의 개혁사상가를 떠올려 보는 것도 의미있는 여행길을 만들어 주네요.
"옥천 청풍정은 군북면 석호리 백토산(171m)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정자다. 그 앞을 흐르는 금강은 달빛이 항상 비칠 정도로 맑음을 자랑한다. 전형적인 감입곡류(嵌入曲流)를 띠는 이 일대는 기암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풍광이 멋진 곳이다. 청풍정이 바라보고 있는 백토산 일출도 더할 나위없다.
명월암은 청풍정을 등에 지고 좌측으로 돌아 볼 수 있는 강가 바위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에 '明月岩'이라는 한자가 선명하게 새겨 있다. 이 바위 주인공이 조선시대 기생 명월이다. 명월은 근대화 시기 개화 사상가였던 김옥균(1851~1894)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다 죽음으로 진심을 전한 여인으로 전해 온다.
갑신정변(1884)이 3일 천하로 끝나자 청풍정으로 내려와 세월을 보내던 김옥균이 자신 때문에 장부의 큰 뜻을 펼치지 못한다 생각하고 정자 옆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한다.
김옥균은 자신을 위해 희생한 명월을 잊지 못하고 그 바위에 명월암(明月岩)이란 글자를 크게 새겼다는 내용이 바로 이곳 청풍정 앞을 흐르는 금강이 품고 있는 이야기다."[출처 : 충북일보]
청풍정 아래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습니다.
첫번째 사진이 그것으로 명월암입니다.
전해오는 말로는 김옥균이 명월암이라 각자했다고 하는데 글씨가 아주 선명한 편입니다.
이제 청풍정을 뒤로하고 다시 돌거리고개로 되돌아 갑니다.
첫번째 사진에 보이는 석호정이라는 정자를 지나 돌거리고개로 되돌아 와서 도로를 내려가 석호리에 도착했습니다.
큰 마을표지석과 마을 유래비를 세워 놓았습니다.
석호리를 지나 조금 도로따라 이동하자 국원리에 도착했습니다.
국원리마을회관을 지나 도로를 따라 더 걸어가자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대청로 고가도로 교각을 만났습니다.
돌거리고개에서 이곳까지 약 19분 걸렸습니다.
대청로 고가도로 교각을 지나면 두번째 사진에 보이는 마성산 이정표를 만나게 됩니다.
즉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옥 옆길로 해서 걸어야 합니다.
일단 저는 같이 걸어오던 일행들을 먼저 가시게 하고 교각 아래 공터에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세번째 사진이 식사를 마치고 출발하기 전 남긴 들머리 부분 사진입니다.
이곳부터는 한동안 콘크리트 포장임도를 따라 임도가 끝날 때까지 걸어 올라 갑니다.
콘크리트 임도길을 약 14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네번째와 다섯번째 사진에 보이는 마지막 가옥이 나오고 그 집 마당을 가로질러 가면 다섯번째 사진에 보듯이 산길로 오르는 철문이 열려 있습니다.
철문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어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첫번째 사진이 아까 마당을 지나온 마지막 가옥입니다.
아마도 사유지인 모양인데 자기 집 마당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얼마나 불편할까요?
산길은 비교적 다니는 이들이 좀 있어서 그런지 뚜렷하게 나 있습니다.
상당히 가파른 산길을 올라 고개안부에 도착했습니다.
'며느리재 I'이라고 이정표에 표기되어 있네요.
다음 대청호오백리길 10구간 며느리눈물길이 장계대교에서 시작해서 이 산길능선을 타고 이곳까지 오는 듯 합니다.
마성산 입구에서 이곳까지 약 26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좌측으로 멀리 대청호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두번째 며느리재에 도착했습니다.
첫번째 며느리재에서 4분 걸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4분후 '수변전망대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진행방향에서 좌측으로 가면 수변전망대, 직진하면 오늘 제가 가야하는 마성산입니다.
아마도 다음 대청호오백리길 10구간 며느리눈물길은 이곳에서 수변전망대 방향으로 가는 듯 합니다.
수변전망대에서 약 3분 후 늘티산성 표지석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산성터였군요.
언제 누가 쌓은 산성인지 전혀 정보가 없습니다.
다만 삼국시대에 쌓은 산성이라고 표지석에 표기되어 있을 뿐입니다.
산성을 지나 말등같은 느낌이들었던 길을 따라 가는데 저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마성산 정상 같습니다.
이제 말목처럼 생긴 능선길을 걸어 마성산으로 향합니다.
산행하면서 이 능선길이 하남 검단산에서 고추봉지나 용마산 올라가는 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성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부는 헬기장으로 되어 있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근무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정상부에서는 옥천읍내가 한눈에 조망되는 군요.
아래 문헌에 따르면 이 산이 옥천의 진산이라고 하는데 정상에도 그 흔한 산행지도 등 산에 대한 정보가 거이 없습니다.
"충청북도 옥천군의 옥천읍 교동리와 수북리 경계에 있는 산이다(고도:409m).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마성산(馬城山)은 고을 북쪽 2리에 있다. 진산이다. 세상에 전하기를, 지방 사람들이 말의 조상에 제사 지냈으므로 이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마성산이 옥천군의 진산이며, 그 지명 유래가 말[馬]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지도서』에 "마성산은 군 북쪽 2리에 있는 진산이다."[출처 : 한국지명유래집]
마성산 정상에서 산불감시초소 아래로 조금 내려가 옥천읍내 반대방향을 보면 세번째 사진처럼 대청호가 보입니다.
이제 마성산을 내려갈 시간...
마성산 정상부에 있는 이정표를 확인하고 '육영수여사 생가'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내려가는 등산로는 옥천군에서 신경을 좀 썼는지 정비가 좀 되어 있습니다.
육영수 여사 생가로 내려가는 하산길에는 거리도 5분 거리도 안되는 곳에 데크전망대 3곳이 연이어 있습니다.
보이는 것은 두번째와 네번째 모습처럼 옥천읍내 모습 뿐... 모두 같은 모습인데...
육영수여사 생가로 내려가는 곳이라 그런지 하산구간은 옥천군에서 좀 신경 쓴 듯 하네요.
마성산에서 약 14분 후 섯바탱이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서 머문 시간을 고려하면 채 10분도 안걸렸습니다.
'섯바탱이'라...
백과사전을 뒤져보아도 지명이라고 나올 뿐 그 의미를 알 수 없네요.
섯바탱이 고개에서 계속 직진해서 능선을 타고 이동합니다.
섯바탱이 고개에서 약 14분 후 고압송신탑을 지났습니다.
마성산에서 약 36분 지나 우측에 멋진 저수지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대청호반인 줄 알았는데 잠시 쉬면서 램블러 지도를 확인해보니 '교동저수지'라고 표기되어 있군요.
언뜻 보기에 수변에 식당 등 위락시설들이 좀 보이는 듯 합니다.
이곳 옥천분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인 듯 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농멉용수용으로 저수지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주로 낚시터로 임대하고 있답니다.
다만 옥천군에서 올해부터 이곳을 개발해서 출렁다리도 만들고 둘레길도 정비하는 등 관광명소로 개발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조만간 대한민국에 출렁다리 하나 또 생기겠네요!
교동저수지를 지나서 교동리 도로로 내려왔습니다.
마성산 등산로 입구라는 안내판이 있네요.
옥천의 진산이라고 하는데 등산안내도라도 하나 세워놓지....
첫번째 사진에서 보듯 생가 규모가 엄청납니다.
어릴 적 육영수여사 집안이 엄청난 부자집이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직접 보니 대단하군요.
일단 생가 앞 소공원인 듯한 곳을 둘러 보았습니다.
육영수 여사 생가 내부를 둘러 보았습니다.
엄청 큰 집입니다.
세번째와 네번째 사진에 보이는 저 건물이 육여사가 좋아 했던 연못이 있는 '연당사랑'이라는 건물이라고 하네요.
"충북 옥천에 육영수 여사가 나고 자란 집이 있다. 종래 이 집은 조선 중기부터 김정승, 송정승, 민정승 이렇게 삼정승이 살았다 하여 ‘삼정승집’이라 불렸다. 당연히 옥천 일대에서는 익히 명당으로 소문난 집터였다.
급기야 육여사 부친 육종관은 1918년, 당시 주인이던 민정승의 자손(민용기)으로부터 이 집을 사들인다. 그것도 재산의 절반인 2만5000원이란 거금을 들인다. 명당을 위해 과감히 배팅한 것이다.
명당의 발복인지 이사 후 몇 년 만에 이 집터에서 두 명의 걸출한 인물이 태어난다. 한 사람은 육영수 여사이고, 또 한 사람은 그의 오빠 5선 의원 육인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이후 생가는 1974년 육 여사 서거,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폐가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은 터만 남게 된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생가복원 계획에 따라 복원이 완료되어 2011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출처 : 경북일보]
육영수여사 생가를 나와서 지근거리에 있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으로 들어 왔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저 노거수는 무려 수령이 370년된 느티나무라고 합니다.
평일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거이 보이지 않네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은 전통체험시설, 숙박시설, 전시시설, 편의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건물들이 거이 지은지 얼마되지 않아보여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020년에 개관했군요.
2020년이면 코로나 유행 초기인데....
하필이면 사람들 집콕할 그 때 개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을 나와서 이제 이곳 옥천을 사랑했던 시인을 만나러 갑니다.
정지용시인 생가 가는 길에 "옥천옥주사마소" 이정표가 보여 그곳을 들렀습니다.
세번째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그곳인데 사마소는 조선시대 선비나으리들이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사마소를 보고 다시 나와서 정지용시인 생가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향수 시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1987년 3월 31일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사마소(司馬所)는 조선 중기에 지방의 각 고을마다 있던 생원(生員)과 진사(進士)들의 협의기구이다. 이 기구의 구성원들이 모여 유학(儒學)을 가르치고 정치를 논하는 건물도 사마소라고 하는데, 대개 각 고을의 관아 근처에 있다. 옥천사마소는 옥천에 속한 사마소였다.
이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집으로, 전면 4칸에 툇마루를 두고, 그 뒤로 오른쪽에 마루, 왼쪽에 온돌방과 부엌을 둔 구조이다. 송시열(宋時烈)이 쓴 《의창중수기(義倉重修記)》에 의하면 이 건물은 본래 어려운 백성을 위하여 곡식을 비축 저장해 두던 의창((義倉) 건물이었는데, 1654년(효종 5) 이것을 뜯어서 새로 세운 것이라 한다.
건물 안에는 관성사마안(管城司馬案), 향약계안(鄕約契案), 옥천군향약계규약(沃川郡鄕約契規約) 등 조선시대 지방 문인들의 면모를 알려주는 문서들이 여러 편 소장되어 있다."[출처 : 두산백과]
정지용 시인의 생가입니다.
비록 정지용 시인이 육영수여사 보다는 연배가 약 20살 위이시지만 거이 동시대를 살았는데 육여사 생가와 상당히 비교되네요.
마당 한켠에는 얼룩배기 황소를 타고 있는 어린 시인이 피리를 불고 있습니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 주변 모습입니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가 주는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벽화로 주변 집들의 담장을 꾸며 놓았습니다.
비록 저는 이곳 출신은 아니지만 저도 산골 출신이라 어린 시절 고향 생각이 났습니다.
"1927년 3월『조선지광(朝鮮之光)』 65호에 발표되었고, 작자의 제1시집 『정지용시집(鄭芝溶詩集)』(1935)에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주권과 국토는 물론, 민족과 그 혼의 상징으로서의 국어마저 핍박받고 억압을 당한 일제강점기의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 상실의 비애감을 시로 표현한 정지용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정지용의 시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향수라 할 수 있다. 향수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상실된 낙원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이것은 비관적인 현실인식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그리움과 함께 비애의 정조를 띠게 된다.
이 작품의 배경은 평범한 한 농촌으로 실개천이 흐르고 얼룩배기(현 표준어: 얼룩빼기) 황소가 울음을 우는 풍경으로서의 한국적인 농촌 모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여기에 다시 가족사적인 그리움이 결합된다. 겨울밤에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우어 괴시는 정겨운 모습이 다가오는 것이다.
아울러 ‘질화로, 재, 뷔인 밭, 밤바람 소리’ 등의 소재가 유년의 회상을 강하게 환기시켜주는 촉매가 된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로서의 소년시절이 아프게 떠오른다. 이 소년시절이란 흙과 하늘의 대조 속에서 ‘화살을 쏘는’ 상징적인 행위로 요약된다. 그것은 꿈 많던 시절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기만 하던 비상의지의 발현이며, 이상을 향한 몸부림을 반영한다.
여기에 다시 가족사적인 풍정이 연결된다. ‘누이’와 ‘안해’에 대한 그리움이 그것이다. 누이와 아내는 둘 다 그리움의 표상이자 모성적인 따뜻함과 편안함을 일깨워주는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은 현재와 연속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마지막 연에서 드러나는 ‘석근 별, 모래성, 서리 까마귀,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 등의 대응 속에는 이제 추억 속에서만 살아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비애감이 담겨져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트레킹을 마치고...[ 정지용 생가 마당 얼룩배기 황소(?) 조형물 ]☜
정지용 시인 생가에서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나니 산악회에서 준 트레킹 시간이 약 2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다행히도 이곳은 옥천시내인지라 평일이지만 카페와 식당들이 많이 영업 중이었습니다.
카페 한곳을 찾아 시원한 냉커피 한잔하고 식당 한 곳을 찾아 식사를 했습니다.
대청호오백리길이라는 제명으로 길을 걷고 있지만 이번 9구간은 청풍정 이후 대청호의 모습을 근거리에서 볼 수는 없고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결코 간단치 않은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세분의 흔적을 찾는 그런 길이라 느껴졌습니다.
♧ 향수 ♧
- 글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는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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