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 글 그리고 영상

(51)
편지 / 윤동주 편지 - 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부치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다 바람 같은 거야 / 묵연스님 영상음악 다 바람 같은 거야 - 글 묵연스님 다 바람 같은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 일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거야 가을 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 뜨리듯 덧없는 바람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인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니 결국 잡히지 않는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니 다 바람인 거야 그러나 바람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비 내리는 날이면 / 원태연 영상음악 비 내리는 날이면 - 글 원태연 비 내리는 날이면 그 비가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 이 곳에 내가 있습니다 보고 싶다기 보다는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려고 비 내리는 날이면 그 비가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 이곳에서 눈물 없이 울고 있습니다
꽃 / 윤보영 영상음악 꽃 - 글 윤보영 꽃이 너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안 예쁜 꽃이 없다 꽃이 너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미운 꽃도 없다
고독 / 문정희 영상음악 고독 - 글 문정희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나 모르겠다.
커피 가는 시간 / 문정희 영상음악 커피 가는 시간 - 글 문정희 아직도 쓸데없는 것만 사랑하고 있어요 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 것 상처와 빗방울을 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 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 밥보다 시커먼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 몇 권의 책을 끼고 잠들며 직업보다 떠돌기를 더 좋아하고 있어요 바람 속에 서 있는 소나무와 홀로 가는 별과 사막을 미친 폭풍우를 사랑하고 있어요 전쟁터나 하수구에 돈이 있다는 것쯤 알긴 하지만 그래서 친구 중엔 도회로 떠나 하수구에 손을 넣고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단 한 구절의 성경도 단 한 소절의 반야심경도 못 외는 사람들이 성자처럼 흰옷을 입고 땅 파며 살고 있는 고향 같은 나라를 그리며 오늘도 마른 흙을 갈고 있어요, 어머니
바닷가에서 / 오세영 영상음악 바닷가에서 - 글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비 / 윤보영 영상음악 비 - 윤보영 빗소리가 잠을 깨웠습니다 잠든 사이 혼자 내리다 심심했던지 유리창을 두드렸습니다 잠깨운게 미안한지 그대 생각도 깨웠습니다 여전히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내 안에는 그리움이 쏟아집니다 참 많이 보고싶은 그대가 주인인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