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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 그리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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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편지 / 이해인 ♣ 겨울 편지 ♣ - 글 이해인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 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 되어 ​ 눈오는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본다.
만추 / 나태주 ♣ 만추 ♣ - 글 나태주 돌아보니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사랑했던 날들 좋아했던 날들 웃으며 좋은 말 나누었던 날들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등 뒤에서 펄럭, 또 하나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너에게 / 정호승 ♣ 너에게 ♣ - 글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호수 / 문정희 ♣ 호수 ♣ - 글 문정희 이제야 알겠네 당신 왜 홀로 있는지를 ​ 손에는 검버섯 피고 눈 밑에 산 그림자 밀려온 후에야 ​ 손과 손이 뜨거이 닿아 한 송이 꽃을 피우고 ​ 봄에도 여름에도 강물 소리 가득하던 우리 사이 ​ 벅차오르던 숨결로 눈 맞추던 사랑 ​ 이제 호수 되어 먼 모랫벌로 밀려가 버린 것을 ​ 이제야 알겠네 물이 된 지금에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 글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 그때 기쁘게 대답..
바다 / 정연복 ♣ 바다 ♣ - 글 정연복 시간의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 같은 인생살이는 참 파란만장한 항해입니다 기쁨과 행복의 웃음바다를 통과할 때도 있고 슬픔과 불행의 울음바다를 지날 때도 있습니다 한순간도 쉼 없이 내 앞에 찾아오는 시간의 파도
가을 / 김현승 ♣ 가을 ♣ - 글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코스모스 윤동주 ♣ 코스모스 ♣ - 글 윤동주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뚜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 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